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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리구름

<일본 귀신과 한국 귀신의 차이>

정글구름 2023. 9. 22. 09:32

일본 괴담의 특징이 앞뒤 가리지 않고 아무에게나 해를 끼치는 거라면 한국 괴담은 비교적 당하는 사람처지가 이해되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네가 잘못했기 때문에 귀신에게 해코지 당하는 것‘의 공식이 성립되는 괴담은 독자 입장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며, 심지어는 귀신을 딱히 여기게 됨으로써 무서움을 중화시킬 수 있다는 특이점도 있다.

어쩌면 한국에도 영화 ‘링’처럼.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저주를 받는 묻지마류 괴담이 많았을지 모르지만 일본의 묻지마류 괴담처럼 흥하지 못했던건 한국 특유의 정서 때문은 아니었을까?(또는 정신건강에 해롭단 이유로 도태되었다거나)

일례로, 일본의 요괴는 살벌하게 무서운것이 보통이거나 설령 인간과 친해진다 하더라도 어떤 벽이란게 존재하는데 한국의 요괴들은 대체로 귀엽고 친근하게 그려진다.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면; 친해질 수 있는 존재들....ㅋ

한국의 ‘정’ 이라는 것이 괴담에도 적용되는게 아닐까 싶다.
이해 가능한 것.
납득 가능한 것.
그렇기에 다가갈 수 있고
또한 친밀해질 수 있는 것.

하지만 한국의 요괴와 귀신이 정말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다.

지어낸 글들은 기승전개가 확실한 편이다. 어느날 사건이 벌어지고 추리를 하고 원인을 해결하여 공양한다.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은 귀신을 가엾이 여기고 눈물 짓는다.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는걸 보여줌으로써 난 너의 편이니 내 뒤에 서있진 말아달란 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과연 그러할까?

한국의 귀신 중에도 물귀신이라는게 있다. 나는 어쩌면 대개의 귀신이란, 물귀신류의 귀신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이치도, 대화도, 논리도 통하지 않는 꽉 막힌 존재. 이성이 없으니 자기 마음대로 할 뿐인지라 설득시킬 수 조차 없는 그런 것들. 왜 사람은 귀신과 대화가 통할 것이라 생각하는걸까.

인터넷의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얘길 아무렇지도 않게 해댄다. 어디서 어떻게 지어낸건지, 와전됐는지도 모를 출처 불명의 이야기들을 해답인양....

굳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될 일을 만들어 무서워 하느라 잠들지 못하고, 염려하지 않아도 될 문제에 대해 머릴 싸맨다.

공포게시판 같은델 둘러보면 어처구니 없을때가 많다. 다른 종류의 게시판보다 질 떨어지는 자작글이 올라와도 믿어버리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되는 모양이다.(새 글에 목이 말랐다던가) 그런걸 보면 그저 믿고 싶은 열망이 강해서 믿으려고 한단 생각만 든다. 그런 귀신이 있다고 믿고 싶고 그런 요괴가, 그런 괴현상이며 기이한 주문이 있다는걸 믿고 싶은거다.

믿는 주제에 자긴 안 믿는다며 날 믿게 해보라고 도발하는 사람들의 등장도 있다. 그런 글은 차라리 격렬한 외침이다. “귀신은 존재합니다 여러분!!!”

일본의 괴담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 낮은편이다. 중심이 되는건 인간 아닌 귀신이나 요괴다. 한국 괴담관 반대지....

어느게 더 낫고 못하다를 재는게 아니라 그냥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일뿐. 게다가 난 일본 요괴얘기 아주 좋아함. 하지만 일본 괴담은 싫어한다.

일단... 납득을 못하겠거든. 한국사람이라서 악인이 죗값치루는 스토리를 좋아한다. 권선징악! 인과응보! ㅋㅋ
한국발 괴담도 이 양식을 따른다. 왜 한국 사람들이 그런걸 좋아하는지는 모른다. 니들 착하게 살라는 교육 차원에서 그런 글이 만들어졌고 그런 교육을 받아와서 인 것 같기도....

근데 나 역시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잘못에 대한 책임 지는건 싫거든. 그래서 묻지마류 괴담이 싫은거다. 근데 일본 괴담은 밑도 끝도 없이 주인공을 괴롭히고 압박하지.... 어떤 탈출구도 없는....ㄷㄷㄷ

한국인의 이치에 어긋난단 말야.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ㅋㅋ
근데 과연 귀신이 논리적인 사고를 하려나? 걔들중에 사람한테 겁 주거나 장난질 치거나 진짜 사람을 죽인다고 해서 벌받는 경우가 있어?
왜 우린 귀신에게 이성적이길 바라는걸까.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대화로 잘만 풀면 뭐가좀 될것도 같으니까?

우리약한 서민들은 우릴 대신해서 악인을 벌해줄 누군갈 항상 원하는데 괴담에서도 그게 발현되지.
주인공인 악인이 폐가에 간다거나 사람을 죽인다거나 뭐 어떤 이유로든 죄를 지어서 원한을 사고 귀신에게 보복당하는...그런거! 그걸 보고 카타르시스트를 느끼며 귀신을 응원한다.
......왜 한국의 드라마 내용이 다 비슷한지 알겠다. ㅋㅋ

근데 일본은 뭐랄까. 정말 인간성이 결여됐어. 철저히 남의 이야기란 느낌이고 기분이나 감정이 배제된 채, 오직 독자로 하여금 ‘어마어마한 공포’를 느끼게 하고 싶은 일념만으로 괴담을 만든다.

그래서인지 그런 ‘어마어마한 공포’를 줄만한 존재에 대해선 끝내 밝혀지지 않는게 보통이다. 좀... 작가 역량같단 생각이...ㅎㅎ

자꾸 링만 언급하는데. 이 영화도 그런식이거든. 엄청나게 무서운걸 본 표정으로 쇼크사한사람들이 속출하는데 원인은 한 비디오. 그 비디오에서 뭐가 나오는진 몰라도 그걸 보면 얼마 뒤에 죽음. 그럼 되게 무서운게 나와야 한다는건데 끽해야 크게 뜬 외눈 밖에 안나옴;; 차라리 그걸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무서웠다.

사다코의 안구를 보고 ‘저게 끝?’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허무하기까지 했다. 안무서웠던건 아닌데 진짜 무섭긴 했는데 기대에 상당히 못미치는 거야.

마치, 보스를 잡기 위해 탑을 오르는데 이 과정에서 온갖 잡몹들을 처치하고 마침내 꼭대기에 도달했더니 최종보스란 놈이 중간보스보다 약한 느낌...?

그저 사람의 상상에 맡겨 의지해버리는. 무책임함을 곁들인게 일본괴담의 주류인 것 같다. 팔척귀신, 쿠네쿠네, 나폴리탄 괴담, 소의 목. 뭐 그런것들.
뭔가 한껏 분위기 살려서 의미심장하게 굴어놓고 맥빠지게 열린결말로 만들어버리는 ㅋㅋ
루어들이 이런 식이지.

근데 그것도 공포의 장르인 것 같고 루어가 한창 흥했을땐 나도 강한 공포를 느꼈지만 결국 공포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답답하다고 느끼게 됐었음.

어찌보면 열린결말식의 괴담이 차라리 공포경험담에 가까운 것 같기는 함. 원인이 뭐였는진 결국 모르게 되고, 처방 역시도 알 수 없으니까. 할 수 있는 거라곤 그 장소를 벗어나는 것뿐.

일본 괴담 중에 요괴가 나오는건 기대만큼은 없다. 오히려 만화에 많이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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